에세이
드라마 ‘여로’의 주인공 장욱제를대스타로 만든 영감 3가지
봉암언덕
2022. 2. 23. 21:44
FB Essay 370.
드라마 ‘여로’의 주인공 장욱제를
대스타로 만든 영감 3가지
장욱제는 동국대 연극학과를 나온 후에 KBS 4기생에 응시하였다. 응시생 2,993명 중 13명이 합격하였는데 장욱제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무명의 장욱제는 배우로서의 독특한 영감을 받아 대스타로 성장하였다.
첫 번째 영감
어렵사리 KBS 공채에 합격하였으나 배역은 엑스트라를 전전하였다. 키도 적고 개성있는 얼굴도 아니고 목소리가 멋진 것도 아니라서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하고 있던 어느날 그는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모두 배우다. 그들을 보면서 연구하자 그런 영감을 받았다. 다음 날 부터 당장 길거리로 나가 하루 10명 정도를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무교동 다방에 앉았을 때이다. 한 남자가 백모자, 백난방, 백반바지, 긴 양말을 하고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성질을 내다가 갑자기 조용하기도 하였다.
그를 보면서 장욱제는 사기꾼의 캐릭터를 상상하였고 집에 가서 그 느낌을 그대로 기록하였다. 길거리에서 리어카를 힘들게 끌고 가는 가난한 노인의 모습과 그의 옷 그리고 고통스럽고 힘들 때 짓는 표정을 그대로 눈과 마음에 담았다. 그런 식으로 60명 이상의 캐릭터를 연구하고 기록하였다. 그는 비로소 그때 실질적인 연기연습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사람들을 직접 보고 그들의 일상이 곧 연기를 하고 있음을 보면서 그들 하나 하나를 정욱제는 기록하고 연습하였는데 당시에 60여명 이상의 실물 캐릭터를 공부한 셈이었다. 그의 연기 역사에 엄청난 커다란 도움을 받게 된 걸이다.
두 번째 영감
어느 날 재미로 동대문 광장에 있던 도깨비 시장으로 나가보았다. 거기는 도깨비 가게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미군 부대 피엑스에서 나온 물건 팔고 있었다. 그들 가게 주인의 80~90%가 함경도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영감이 떠올랐다. 함경도 말을 배우자. 결심하자 바로 한 가게로 들어가서 주인에게 함경도 말의 매력에 빠져서 그러니 함경도 말을 가르쳐달라고 하였다. 주인은 “배우긴 뭘 배우니. 말하면 그냥 보면 되는기지” 라며 승낙하였다.
장욱제는 다음날 부터 메일 그 집을 갔다. 하루에 2시간 정도 공부하였다. 낱말, 억양등등. 함경도 말의 빨리는 날래, 갔다오다는 억심이었다. 밥뚜껑은 보께띠비이고, 연기는 네굴이었다. 담배연기는 담배 내굴이라고 불렀다. 장욱제는 3개월을 공부하자 함경도말을 마스터하였다. 그 후 전라도 말도 그런식으로 배우면서 언젠가는 연기생활에서 사투리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느날 백일섭이 주인공인 ‘일방타진 일보직전’이라는 드라마의 단역을 맡게 되었다. 처음엔 열마디 정도로 역할이 빈약했다. 장욱제는 피디와 상의하여 전라도 사투리로 해보자고 제안하였고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전라도 사투리로 역할을 하자 인기가 폭발하였다.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주연이 되버렸다. 그후 장욱제는 10분 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대본을 보고는 장욱제는 “이건 함경도 사투리로 하면 좋겠다.”는 영감이 들었다. 함경도 사람들이 성격이 급하고 파닥거리니까 이 배역에 좋겠다. 피난내려온 이북사람이 1000만명이다. 내가 함경도 말을 하면 시청자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그런 느낌을 피디에게 그대로 전달하였다. 드디어 월부터 금요일까지 10분씩 일일 연속극으로 진행된 10분쇼에 장욱제에 의해 함경도말이 선보였다. 3일인가 방송이 되었을 때 위에서 10분쇼를 20분으로 늘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기가 급상승하였다. 장욱제의 20분쇼는 2년 넘게 진행되었다. 드라마는 크게 성공을 하였다. 장욱제는 아주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세 번째 영감
여로는 1972.4.3.~12.29 까지 총 211화 방송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그 주인공에 장욱제가 있었고, 캐릭터중 영구같은 모자라는 역할은 장욱제가 받은 영감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은 장욱제를 대스타로 키워주었다.
처음 각본을 받아보았는데 자신이 해야할 역할은 바보였다. 방영시간이 다가올수록 장욱제는 다급해졌다. 바보 연기를 할 성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1주일간 연습했는데도 주인공의 성격을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고민스러워 잠을 자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심한지 나흘째, 방송국 지하실에서 연습을 하다가 4층 현관으로 나가는데 중간에 공중전화 전화박스가 있었다.
거기서 누가 전화를 하는데 말이 이상했다. 가만히 내려가서 들어보았다 누군가? 보니 방송국 세트장에 목재 세트를 만들어 납품하는 사장이었다. 그는 전화로 직원에게 제품을 오더 하고 있었다. 말이 이상했다. 가만히 들어보았다. “모~못 육모 세근, 3모 10근을 지금 빨리 가뎌와 새끼야.” 그런데 그 말을 전화기 속의 직원이 못알아듣는 모양이었다. 힘들게 전달하고 나서 목재 사장은 전화를 끊으면서 한마디 했다. “아따 새끼 더덥게도 말을 모아다듣네.” 그때 장욱제에 영감이 왔다. 바로 저 말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서 밤새도록 영구 같은 억양, 말투, 발짓, 몸짓, 걸음걸이 등을 기록하고 연습하였다.
그날의 영감을 그대로 실천한 장욱제 주연의 여로를 엄청난 국민 드라마가 되었다. 장욱제라느 거대한 스타가 탄생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영감은 종교, 과학, 예술 어느 분야에도 존재한다.
깊이 생각하고, 아주 간절해지면
인간의 생각이 하늘에 닿아 엄청난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금 나도 간절히 영감이 필요하다.
20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