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Essay 324.
나도 물건을 훔친 적이 있다
나의 어머니가 사람들에게 늘 자신있게 자식 자랑을 하는 말이다. “우리 아들은 손끝만큼도 무엇을 훔친 적이 없이 정직하다.” 하지만 대단히 죄송하게도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가게에서 무엇인가를 훔친 기억이 난다. 삶은 계란 같기도 하고 과자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그 무엇인가를 훔친 기억은 늘 생생하고 마음속에 죄책감으로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몇 년 전 나는 그 가게를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산수동 오거리에서 동명동 목제거리로 가는 길을 한참 내려오면 다섯 갈래 길이 있는데 맨우측으로 가는 골목을 들어서면 방앗간으로 가기 바로 직전에 작은 구멍 가게가 있었다. 수 십 년 전의 기억을 회상하며 그곳으로 들어섰지만 거기는 이미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고, 구멍가게며 방앗간은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지금도 가게를 하고 있다면 그때를 고백하고 몇 배를 더해서 훔친 양심의 값을 치루려고 하였는데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힘없이 서서 아파트 단지를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늘 TV의 뉴스는 뉴욕에 사는 어느 70대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50년전 고등학생일 때 너무 배가 고파서 내일 준다고 하면서 장사하는 아주머니에게 따스한 홍합 한 그릇을 외상으로 먹었는데 돈이 없어서 못주다가 군대를 갔다가 이민을 가서 미국에 정착하면서 영영 그 홍합값을 값지 못한 채로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기부단체를 통해 거액을 보냄으로써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값는다는 보도기사였다. 그의 편지를 직접 읽어보자.
존경하는 신촌 파출소 소장님께. 저는 미국에 살고 교포입니다. 72세이고 은퇴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 강원도 농촌에서 올라와 신촌에 살던 고학생이 어느 겨울날 밤 알바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신촌시장 뒷골목에서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너무도 허기가 져서 한그릇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돈은 내일 갖다드린다고 그랬더니 아주머니 한 분이 선뜻 자기 리어카에서 따스한 홍합을 퍼주셨습니다. 하지만 제게 무슨 돈이 있었겠습니까?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 이민길에 올랐습니다. 지난 50년간 그 친절한 아주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그분의 선행에 보답하고자 2000불을 동봉하오니 지역내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대강 요약하면 그렇다.
뉴욕 교포의 홍합 한 그릇에 대한 보상은 2000불!
계란 한 알? 과자 1봉지? 를 훔친 난
얼마를 치루어야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21.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