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면접, 당당하라
조서환이라는 KT사 전무의 이야길 TV 아침마당에서 들은 것 같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 칠갑산 근처였고 10남매 중 가운데였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부하 병사가 잘못던진 수류탄 사고로 오른 손목을 잃게 되었다. 머리에는 20여개의 파편도 박혔다. 머리와 절단된 팔 등 온몸에 붕대를 칭칭감고 있는 그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병문안을 왔다.
오기 전에는 그의 상태를 확실히 몰랐던 그녀는 한 팔이 없어진 남자 친구를 한동안 아무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였다. 30여분이 그렇게 지나자 조서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느냐?”
자신없는 조서환의 말에 여자는 말없이 두 번 고갤 끄덕였다. 그때 조서환은 뚜렷한 목표를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이제 내 인생은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 후 그는 온 힘을 다해서 세상을 달리기 시작했다. 영문과로 진학했고 학생회장도 하였고, 우등상을 받는 등 최선을 다했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하여. 처가댁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교 2학년 때 결혼을 했다. 아내는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하려 무척이나 노력하였다.
“아버지 만일 교통사고가 나셔서 한 손을 잃었다 해서 엄마가 이혼하고 다른 남자에게 가면 어쩌실래요. 우릴 이해해주세요.”
그렇게 애절하게 부탁했지만, 아버지는 더욱 완강했다.
“비유를 들어도 어째 싸가지가 없이 드냐. 누가 팔잘리고 누가 이혼해?”
도저히 승낙을 얻기 힘들어지자 결국 둘은 집을 나와서 결혼했고, 대학 2년 때 한 명, 4학년 때 또 한 명 해서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취업하려고 원서를 내는데 장애자라고 아무도 받아주질 않았다. 지치고 지친 그의 마지막 면접처는 ‘애경’이었다. 의수를 하고 갔지만, 그곳에서도 팔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퇴짜를 맞았다. 회사를 나와 이번 만은 합격할 것라고 굳게 믿고 있을 아내에게 빈손으로 돌아가려하니 너무나 억울해서 무작정 다시 면접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일장연설을 하였다.
“난 학생회장, 소대장, 우등생 등 한 팔 없는 것 빼고는 최고의 리더쉽을 갖춘 사람입니다. 글자는 왼손으로 쓰면 됩니다. 국가유공자이기도 합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취업을 거부당하는 이런 일은 앞으로 있으면 안됩니다.”
그렇게 우렁찬 목소리로 부당함을 호소하자 가운데 앉은 심사위원 한 분이 물었다.
“방금 그 이야길 영어로 해보세요.”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그때 하나님의 계시와 같은 목소리가 내면에서 들렸다.
‘자신있게 해라. 아마 이들은 영어를 모두 알아듣진 못할 것이다.’
그런 내면의 소리가 그에게 강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조서환은 영감대로 그대로 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수많은 회사에서 퇴짜를 받은 그가 드디어 안식처에 도달한 것이다. 자신에게 기회를 준 그 심사위원은 바로 애경그룹의 회장이었다. 면접장에서의 그 일을 겪으면서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곤 한다.
“우린 자신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해야 합니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줍니까? 할 수 있다고 믿고 자신 스스로를 인정하세요. 셀프모티베이션.”
아내의 친구가 모대학의 경영대학원 교수였다. 고3인 아들의 진로에 대해 카운슬링을 받을 때 그는 아들에게 이렇게 조언하였다.
“아들. 우리 대학이 명문대학이라고 하여 절대 주눅들지 말아라. 오히려 ‘당신들이 나를 합격시키지 않으면 이 학교는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라고 할 정도로 잘 준비하여 면접관들 앞에서 당당하길 바란다.”
한 팔 없는 장애자 조서환. 취업 면접에서 그는 당당함으로 승부하였다. 이 친구를 선발하지 않으면 인재를 다른 곳에 빼앗기겠구나 하는 초조함을 심사위원들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한 것이다. 실제로 조서환은 입사 후 ‘하나로 샴푸’, ‘2080 치약’ 등 대히트 상품으로 회사에 엄청난 매출을 안기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심사위원들의 초조함이 옳았던 것이다. 조서환은 어린 아이 둘을 붙들고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바들거리고 있던 아내에게 인생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가난한 부부의 행복의 시작이었다.
코로나19라는 힘든 시기에
취업의 계곡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여
당당합시다!